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려워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내가 근무하는 회사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최근 우리 팀의 팀원들은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하라는 미션을 받았고, 그에 앞서 읽어보면 도움이 될만한 글을 발견했다.


 

미래 UX를 예측하는 방법, '미래 경험 시나리오' | 요즘IT

미래는 우리에게 어떻게 변화된 일상을 가져다 줄까요? 다양한 가능성과 불확실성을 지닌 미래에 대해 우리는 기대하는 한편 두려움도 가집니다. 그렇다면 비즈니스에선 어떨까요? 변화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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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우리에게 어떻게 변화된 일상을 가져다 줄까요? 다양한 가능성과 불확실성을 지닌 미래에 대해 우리는 기대하는 한편 두려움도 가집니다. 어떤 사람들은 토속신앙이나 타로카드와 같은 도구를 이용해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비즈니스에선 어떨까요? 변화하는 고객 니즈와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로 불확실성이 높은 디지털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능동적으로 미래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는 현재의 서비스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부터, 미래 고객에겐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에 대해 정의하는 것까지 확대되기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 중 하나인 미래 경험 시나리오를 발굴할 수 있는 방법과 예제를 살펴보겠습니다.

 

출처 : https://www.airklass.com/magazines/27

 

미래 예측 방법

미래는 어떻게 예측할 수 있을까요? 그 누구도 미래에 다가올 사건들을 정확하게 예측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래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은 아닙니다.

 

100여 년 전의 사람들이 상상했던 미래의 모습을 봐도 그렇습니다. 화상 통화를 하는 모습이나, 기계로 인체 치수를 측정해 옷을 만드는 모습 등이 있는데,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객관적인 데이터와 이를 통한 추론, 창의적인 통찰력 등을 통해 미래의 모습들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트렌드 분석, 델파이 기법 그리고 시나리오 기법이 있습니다.

 

 

1) 트렌드 분석과 델파이 기법

트렌드 분석과거와 현재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는 방법인데요. 과거 데이터의 면밀한 분석으로 특정한 추세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미래에도 유지되거나 변화하는 특성들을 예상합니다. 델파이 기법전문가들의 경험적 지식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인데요. 반복적인 설문을 통해, 특정한 주제에 대한 전문가 집단의 합의를 도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예를 들어, 3회 되풀이된 질문에서 전문가들이 미래에 특정한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동의한다면 그 사건의 발생 가능성은 높다고 봅니다.

 

2) 시나리오 기법

시나리오 기법은 미래 전망을 바탕으로 비전과 전략을 도출하는 도구로 많이 활용되는데요.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미래 예측 시나리오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시나리오 기법은 데이터 기반의 트렌드 분석과 함께 전문가의 직관적인 예측을 결합하여, 미래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 것인지 대해 시나리오로 정의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나리오 기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를 예측하는 전문가의 분석력과 창의력입니다.

출처 : Microsoft Office Labs vision 2019

 

미래 경험 시나리오

미래 경험 시나리오는 시나리오 기법을 기반으로, 가까운 미래나 먼 미래의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 기능을 발굴할 때 많이 활용되는데요. 사용자 시나리오 또는 UX 시나리오, 미래 경험 시나리오 등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미래 경험 시나리오는 특정한 미래 시점에서 사용자 경험을 예상해 보기 위한 도구입니다. 사전에 정의된 페르소나가 그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새롭게 제안하는 솔루션과 어떻게 인터렉션 하는지 기술하는 방식으로 구체화합니다.

 

출처 : freepik

이는 새로운 솔루션이 제공하는 미래 고객 경험에 대한 비전을 제안하고, 이를 의사결정자와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용도로 활용하는데요. 이를 위해 초기에는 단순히 글이나 스케치로 형태를 작성하나,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 위와 같이 스토리보드나 영상 형태로도 제작합니다.

 

'Jobs To Be Done' 관점에서 접근하기

그렇다면 미래 경험 시나리오는 어떻게 발굴할까요? 이는 창의성이 요구되는 영역이기 때문에, 하나의 정형화된 방법이나 특별한 왕도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양한 기업들이 자기만의 사업 환경에서 축적된 노하우에 따라, 각자의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해 미래 경험 시나리오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의 공통점은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고객 니즈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입니다. 미래의 사용자 경험은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변화될 수 있지만, 가장 큰 동인은 고객 니즈의 진화와 발전된 기술의 영향일 것입니다. 기술은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발전하고, 발전한 기술에 의해 고객 니즈는 다시 진화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의 니즈에 집중하여 미래를 예측하고, 그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Job To Be Done' 이론이란?

그렇다면 기업 관점에서 고객의 니즈를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요? 그 힌트는 밀크셰이크 딜레마로 잘 알려진 Jobs To Be Done 이론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출처 : freepik

Jobs To Be Done 이론은 '할 일 이론'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데요. 그 요점은 고객이 상품을 구매하는 진짜 이유는 그들이 달성하고자 하는 일을 해결하기 위해 그 상품을 고용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위 그림과 같이 출근길의 직장인은 밀크셰이크를 즐기기 위해 채용합니다. 즉 동일한 밀크셰이크라는 상품을 구매하더라도, 고객마다 해결하고자 하는 일과 충족하고자 하는 니즈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업 관점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그 이면에 어떤 니즈를 가지고 있는지, 무엇을 해결하고 싶은지 깊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에 따라 적절한 해결책을 정확히 읽어내고 제품에 반영해야, 고객의 만족과 함께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미래 경험 시나리오 발굴하기

출처 : 오픈애즈

우선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로 알려진 Z세대를 대상으로 미래 경험 시나리오를 발굴해 보겠습니다. Z세대는 텍스트나 이미지보다는 영상에 더욱 친숙하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검색을 위해 포털보다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찾는데 더 익숙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영상 콘텐츠 서비스를 주제로 진행하겠습니다. 순서는 먼저 고객의 니즈 읽어내기로 시작해, 기술과 서비스 변화 분석을 거쳐, 미래를 예측해 보는 과정으로 미래 경험 시나리오를 발굴해 보겠습니다.

 

 

 

1) 고객 니즈 읽어내기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는 5개의 화면을 사용해 한 번에 여러 일을 처리하는 반면에 8초라는 짧은 집중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하철이나 카페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짧은 영상을 시청하거나, 보고 싶은 부분만 따로 찾아서 보는 학생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콘텐츠 소비 트렌드를 스낵 컬처(Snack Culture)라고 부르는데, 디지털과 모바일에 최적화된 문화로 쉽고 간편하게 콘텐츠를 소비하는 형태를 일컫습니다. 이러한 콘텐츠 이용 행태는 젊은 세대일수록 더욱 많이 나타나는 경향임을 알 수 있습니다.

 

고객은 단순히 영상 콘텐츠 시청을 통해 정보를 획득하거나, 여가를 즐기는 것에서 나아가 시간과 공간에 구애 없이 능동적이고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하고 싶은 니즈로 진화한 것입니다. 즉 '언제 어디서나 보고 싶을 때, 내가 원하는 부분만 보고 싶다'라는 고객의 니즈를 찾을 수 있습니다.

 

 

2) 기술 및 서비스 변화 분석하기

미래의 서비스를 예측하기 위해선 과거와 현재의 서비스 변화를 통해 궤적(Trajectory)을 분석하고, 진화된 고객의 니즈에 충족시켜 줄 수 있는 혁신 기술을 파악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과거 TV 편성표와 비디오 대여점

그렇다며 영상 콘텐츠 서비스는 과거에서 현재,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과거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우리는 TV나 비디오 같은 영상 콘텐츠 시청을 위해, TV 편성표를 보고 시간에 맞추어 시청하거나, 비디오나 DVD를 대여해 시청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사실 과거에는 앞서 정의한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켜줄 만한 마땅한 혁신 기술이 없었습니다.

 

출처 : 위시캣

현재의 모습은 어떤가요? 이제는 OTT 플랫폼이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언제든지 원하는 영상 콘텐츠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또한 넷플릭스처럼 시청 행동을 분석해 내가 선호하는 콘텐츠를 제안하는 큐레이션 서비스에도 익숙해졌습니다. TV를 보다가 스마트폰에서 콘텐츠를 이어 볼 수 있으며, 유튜브에서 전체 영상 중 원하는 부분만 찾아 시청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사용자는 언제 어디서나, 내가 원하는 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되었는데요. 이러한 큐레이션이나 이어보기 같은 기능은 인공지능, 연결성 등 혁신 기술의 발전으로 가능해졌습니다.

 

 

3) 미래 예측하기

현재 영상 콘텐츠 서비스는 사용자가 언제 어디나 원하는 콘텐츠를 추천받고, 콘텐츠에서도 원하는 부분을 직접 선택해 시청할 수 있도록 발전했습니다. 그렇다면 미래 고객의 진화된 니즈는 좀 더 효율적이고 편리하게 원하는 부분만 골라 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진화된 니즈에 초점을 두고, 혁신적인 인공지능 및 연결성 기술을 기반으로 아래와 같은 미래 경험 시나리오를 구축해 보았습니다.

 

2028년 대학생인 영호는 수업을 위해 집을 나선다. 어제 늦게까지 시험공부를 한 탓에 버스에서는 기분 전환을 하고 싶어, OO 앱을 켠다. 그동안 앱을 사용한 이력을 분석해 영호가 좋아하는 프리미어 리그 A팀의 전날 경기의 주요 결과를 요약한 영상과 함께, 가장 좋아하는 스타 OOO의 활약상이 정리된 클립 영상이 추천된다. 이는 오전 이른 시간이라는 점과 이동 중이라는 맥락을 고려해 간략하게 요약된 짧은 영상 위주로 추천되어 있다.

영호는 오전 수업을 마치고 친구와 점심 약속을 위해, 자주 찾지 않는 동네에 도착했다. 영호와 친구 모두 즉흥적인 성향이고, 약속 장소를 미리 잡지 않아 OO 앱에 접속한다. 내 위치를 기반으로 주변 맛집이나, 카페 등에서 촬영된 먹방, 방문 영상이 클립 영상으로 추천된다. 영호는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영상의 맛집 위치를 친구에게 공유하고, 길 안내 기능을 이용해 바로 식당으로 이동한다.

저녁이 되어 집으로 돌아온 영호는 다시 시험 준비를 한다. 노트북으로 온라인 강의 영상을 보다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아, 영상을 잠시 중지하고 탐색 기능을 실행한다. 노트북과 연동된 태블릿 화면에서 중지된 온라인 강의 내용과 관련된 콘텐츠 (예: 기사, 논문, 관련 영상 등)들이 웹 검색을 통해 추천되는데, 이때 관련 내용에는 하이라이트 되어 제공된다. 영호는 태블릿 추천 콘텐츠 중 알고 싶은 내용만 선택하고, 다시 온라인 강의 영상을 재생한다.

잠시 휴식을 마친 영호는 침대에 누워 OO앱에 진입한다. 조금 전, 영호가 온라인 강의 테스트에서 틀린 문제에 대한 문제 풀이가 클립 영상으로 추천된다. 영호는 잠들기 전 추천 영상을 살펴보다 잠이 든다.

 

현업에서 활용하기

이번 글에서는 고객 니즈를 기반으로 과거에서부터 현재로의 서비스 발전 궤적을 분석해 보고, 이를 통해 진화된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미래 고객 경험 시나리오를 발굴해 보았습니다. 비교적 단순하고 간편한 프레임워크로 미래 경험을 예측해 보았는데요. 운영하는 서비스에서 정의한 구체화된 페르소나와 고객 니즈, 그리고 도메인에 대한 깊은 기술적 이해를 더하면 더욱 정교화된 미래 경험 시나리오 구축이 가능할 것입니다.

 

만약 정의하고자 하는 미래 경험 시나리오가 비교적 가까운 미래의 서비스 고도화라면, 현재 서비스의 약점이나 기술적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분석적으로 경험 시나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면 좀 더 먼 미래나 새로운 사업을 발굴한다면, 진화하는 고객 니즈의 다양한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창의적인 시나리오를 발굴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또한 이렇게 도출된 미래 경험 시나리오는 전문가 검토와 고객 대상의 수용성 조사를 통해 검증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글을 통해 서비스에 대한 미래 비전을 정의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한줄평
JTBD 이론은 기획보다는 마케팅에 가깝지만, 당장 사업 아이템을 구상해야하는 상황에서 숙지하면 좋을만한 이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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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기획] 인공지능은 기획자를 대체할 수 있을까  (0) 2023.02.04

Chat GPT-3로 AI가 다시 핫해졌다.

나도 관련 내용을 찾아보며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이런 것까지 가능하다고? 라는 생각이 끊이질 않았다.

며칠 전에는 코딩을 몰라도 소프트웨어 제품을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을 알게됐고, 자연스럽게 내가 맡은 기획자라는 직무도 대체될 수 있다는 걱정이 드는 찰나에 좋은 글을 발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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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이 발표한 '일자리의 미래2020 보고서'에는 2025년까지 행정, 사무 분야를 포함한 약 8,500만 개의 일자리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실제로 최근 인공지능의 발전이 예사롭지 않은데,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의 디지털 아트 부문 1위는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제이슨 앨런이 AI로 제작한 작품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eatre D'opera Spatial)'

이렇게 생성된 작품은 인공지능이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인간이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창조와 혁신은 인간의 능력이라 여겨졌지만, 이제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특히 제품과 작품의 차별성을 고민하고 만들고 개선하는 기획자들 또한 인공지능이 어디까지 기획자의 일을 대체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과연 인공지능은 기획자를 대체할 수 있을까요?

 

기획의 영역을 넘보는 인공지능 서비스

상을 받는 미술 작품조차 인공지능이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입니다. 실제로 사용자가 채팅창에 키워드를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적절한 작품을 5분 안에 생성해주는 서비스를 우리는 너무 쉽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는 인공지능이 만들어준 작품을 토대로 색상, 선, 면 등의 형태를 바꾸면서 빠르게 재창조를 해나갈 수 있습니다.

 

출처 : https://app.copy.ai/

블로그 리뷰, 소셜 미디어 도구, 프로포즈 편지 등 목적에 따라 글을 대신 써주는 인공지능도 개발되었습니다. 심지어 Copy AI라는 서비스는 여러 목적의 글에 따라 글의 톤도 미묘하게 조절하며 글을 만듭니다. 친근한 톤, 고급스러운 톤 등 다양한 버전으로 입맛에 맞춰 글을 대신 써주곤 합니다. 국내에서는 뤼튼이라는 인공지능 서비스에서 간단한 키워드를 입력하면 SNS 광고 문구나 리뷰 답변, 유튜브 시나리오, 유튜브 영상 카피의 초안을 써줍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드라마 '닥터 로이어'의 긴장감을 살리는 주제곡이 대부분 인공지능으로 작곡되어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 음악은 '포자랩스'라는 인공지능 음악 생성 스타트업에서 만든 것이었습니다. 포자랩스는 가상악기의 사용, 믹스, 마스터링을 절묘하게 개발하여 인공지능 기반으로 수준 높은 음악을 작곡하고 있습니다.

 

그림이나 글, 음악 같은 기존의 창조적인 영역의 작품을 만드는 것마저 인공지능이 잘해내고 있다 보니, 사람들이 위기감을 느끼는 것도 당연합니다. 제품이나 작품을 만들던 기획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시대에 기획자가 집중하고 개발해야 할 역량은 무엇일까요?

 

먼저 인공지능이라서 인간보다 효율적인 부분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공지능이기에 인간보다 더 뛰어난 것들

1) 정보에 다각도로 접근해 판단하는 역량

단편적인 정보만으로는 한 사람을 잘 이해할 수 없습니다. 명심보감에도 '한쪽말만 듣게 되면 친한 사이가 멀어지게 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특히 한 사람의 취향이나 어떤 의사결정이 만들어진 배경을 분석하려면 복합적인 정보가 필요합니다.

 

인공지능은 이런 경우에 월등히 유리합니다. 데이터를 다각도에서 무수히 수집하고, 그 엄청난 정보에 다각도로 접근해 패턴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상황, 한 사람을 보다 넓은 시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역량은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패션 큐레이션 서비스인 '스티치 픽스'의 경우 개인별 맞춤 스타일링을 위해 약 80여 가지의 데이터를 분석합니다. 키, 몸무게, 좋아하는 색깔, 발 사이즈, 직업 뿐만 아니라 결혼, 출산 등 다양한 이벤트에 대한 데이터를 총체적으로 확인합니다. 스티치 픽스 서비스를 활발하게 사용하는 고객은 약 350만 명으로 집계되는데, 수백만 명의 데이터를 사람이 일일이 분석하며 추천을 한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될 것입니다. 이때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80여 가지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1차적으로 개인에게 어울리는 스타일링을 추출할 수 있습니다.

 

출처 : https://www.techspot.com/news/91513-visualizing-minute-internet-2021.html

 

2) 빠르게 현상을 이해하고 패턴과 이상점을 찾는 역량

인스타그램에는 1분마다 69만 5000건의 스토리가 올라오고, 유튜브에는 500시간의 비디오가 업로드됩니다. 이처럼 하루에 생성되는 정보의 양은 어마어마 합니다. 이렇게 막대한 데이터가 있을 경우, 인간은 이미 데이터를 통해 도출해야 하는 결과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데이터를 학습시킵니다. 이러한 분석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계속 문제를 풀고 정답을 확인하면서 오답을 줄여나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인공지능은 학습을 통해 데이터에서 특정 패턴을 확인하거나 문제가 있는 부분을 효율적으로 찾게 됩니다. 막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확인하거나 패턴을 찾고, 특이하거나 문제되는 부분을 찾는 작업의 경우 인공지능이 인간에 비해 훨씬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죠.

 

 

인간이기에 인공지능보다 뛰어난 것들

반면 인간이기에 기획을 하는 데 유리한 점도 존재합니다. 인간을 향한 기획일수록 더욱 유리합니다. 인간에게는 단순히 숫자로 설명이 되지 않은 복잡한 감정과 영감들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1) 감정을 담은 기획 역량

수많은 정보를 빠르게 학습하는 영역과 보고 듣는 영역은 인공지능이 뛰어나지만, 느끼는 영역은 여전히 서툰 편입니다. 사람은 감정을 갖습니다. 감정에 치우친 판단을 내릴 수 있고 감정에 의한 창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감정에 의한 판단이나 창작품이 비논리적이라 할지라도 우리가 때때로 감동을 받는 이유는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동물의 감각을 가지면서 상호 교감을 할 줄 압니다. 기획자 또한 인간이기에 타인의 감정을 느끼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면서 애정을 갖고 기획을 할 수 있는 것이죠.

출처 : https://ifdesign.com/en/winner-ranking/project/purest/313744

가령 유모차 하나를 기획하더라도,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깊이 담긴 기획에는 차이가 생깁니다. 가령 아이가 마실 공기의 질까지 염려하며 기획을 할 수 있습니다. '슈퍼빈'이라는 회사는 자신의 아이가 오직 깨끗한 공기만을 마시기 바라는 마음에서 'Purest'라는 유모차를 선보였습니다. 이 유모차에는 LCD 터치패드로 유모차 실내 공기의 질과 온도를 조절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어디서든 유모차에 탑승한 아이가 깨끗한 공기만을 마시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기획인 셈입니다.

 

'파나소닉'은 아이용 카메라를 만들어 실시간 잠들어 있는 모습을 부모에게 전달하거나 잠에서 깨는 움직임 변화를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하였습니다. 그 카메라에서는 아이가 잠에서 깨면 편안하게 다시 잠을 잘 수 있도록 자장가 음악이 나옵니다.

 

이 두 가지 기획 모두 인간으로서 부모가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없다면 실현할 수 없는 아이템입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획한 제품이나 서비스는 애정의 깊이에 따라 서비스의 디테일이 달라질 것입니다. 기계가 느끼지 못하는 감정이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2) 소프트 스킬을 녹여낸 기획 역량

소프트 스킬 역시 인간이 월등히 뛰어납니다. 소프트 스킬이란 신뢰할 수 있는 태도, 관용, 지혜, 리더십,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 등을 아우르는 용어입니다. 구체적으로 정량화 할 수도 없고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상대방의 얼굴 표정, 태도, 뉘앙스, 맥락 등을 복합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은 사람과의 교류,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영역입니다.

 

기획에서 소프트 스킬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인간적 경험을 살려 서비스에 담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경험은 인간으로부터 상처를 받고 감사를 느끼면서 배울 수 있으며, 이렇게 쌓은 역량은 기획을 실현할 때 미세한 감동을 이끌어 내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간을 배려하는 문구를 기획할 수 있고 향수를 불러오는 촉각적 피드백을 서비스에 담아낸다는 생각을 해낼 수 있는 것입니다.

 

출처 : 벤츠 홍보 기사

가령 아이패드에서 실물 책과 유사한 방식으로 종이를 넘기는 기능을 사용할 때 나오는 책 넘김 소리와 종이 말림 효과는 사소하지만 인간만이 느기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기획입니다. 벤츠가 발표한 '디지털 라이트' 역시 인간적 경험이 녹아들 때만 나올 수 있는 기획입니다. 디지털 라이트는 전방에 빛을 비추는 역할만 하던 헤드라이트에 기술적 요소를 강화해 주행 상황에 따라 노면에 조사해 주행을 돕는 장치로 혁신했습니다. 헤드라이트에서 다양한 기호를 조사해 노면에 비출 수 있는데, 특히 보행자가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도록 보행선을 그려주기까지도 합니다.

 

3) 윤리적인 기획 역량

인공지능보다 인간이 훨씬 윤리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습니다. 인공지능 윤리 가이드는 이제 막 원칙과 규율이 만들어지고 있는 초기 단계입니다. 아마존은 편파적으로 여성, 흑인, 히스패닉 계열의 인종을 채용하지 않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구글 포토에서는 흑인 남성을 '고릴라'라고 태깅한 적이 있었죠. 인공지능을 통해 인종차별을 당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편파적인 데이터로 학습이 되는 순간 편파적이고 비윤리적인 추론 결과가 나타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출처 : Jacky Alcine 트위터

하지만 인간은 태어나서부터 마땅히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윤리와 도덕을 학습하고 이해합니다. 인간의 생명은 귀중하고 누구나 공평하다는 사상을 학습받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질서, 도리, 이법 등을 학습하여 인공지능에 비해 훨씬 윤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4) 다채로운 개성을 담은 기획 역량

인간은 인공지능에 비해 다채로운 개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각각 관심, 취향, 경험 등이 모두 다릅니다. 때론 불완전하고 미숙한 인간이라 할지라도 다채로운 개성과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존중해주는 기획은 차별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가령 위에서 소개한 '스티치 픽스'의 기획자는 고객이 출산, 결혼, 이혼, 질병 등을 겪을 때마다 데이터화하도록 설계하고, 필요시 실제 스타일리스트가 상담하도록 하였습니다. 이때 스타일리스트는 고객의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면서 보다 어울리는 스타일을 제공하여 서비스의 질을 높이게 되죠.

 

인간이기에 나를 이해할 수 있는 기계나 서비스를 추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본능입니다. 매번 실패하는 만년 다이어터가 주기적으로 운동, 생활습관 코칭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해봅시다. 단순히 기계적 알람을 받는 것보다 비슷한 취향과 감정을 가진 인간이 감정적으로 지지하고 격려해준다면 보다 더 꾸준히 동기부여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인공지능은 '30대 여성이 2월에 자주 입는 코트'가 무엇인지 선별할 수 있겠지만, 나의 반려견이 다쳐 마음이 헛헛할 때 내 마음을 헤아려주고 이 상황에서 어떤 스타일을 입을지 추천해주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한 사람이 갖고 있는 고유의 경험들과 그 경험을 통해 그 사람이 느꼈던 감정, 해결 방법 등을 자산화하여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을 기획할 때 접목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기획자가 갈 방향은

기획의 사전적 뜻은 '일을 꾀하여 계획하다'라는 의미입니다. 일을 꾀하고 계획하는 궁극의 목적은 그 계획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변화'시키는 데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변화시키는 많은 과정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알례로, 계획을 세워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내가 하고자 하는 기획이 정말 시장성이 있는지, 경쟁 제품이나 서비스는 무엇인지, 고객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심도 있는 분석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자료를 조사하고 분석하는 역량은 기획자로서 중요한 업무 능력입니다. 하지만 요즘엔 데이터 크롤링을 통해 일일이 조사하는 부분은 상당수 자동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 자동화되면, 기획자는 기계가 모은 정보 중 어떤 것을 중요하게 바라볼지 분별하기만 하면 됩니다. 여기에 기획자에게 앞으로 중요한 역량이 있습니다. 바로 핵심 문제를 선정해내는 능력입니다.

 

과거에는 빠른 정보 수집 능력, 양질의 정보 원천이 중요하였다면, 이제는 기획자의 관점과 인사이트로 수많은 정보 중에서 핵심 문제를 선정해내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가령 '찜기' 기획을 하더라도 '시니어층'이 사용하는 찜기는 일반 찜기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만약 이가 자주 아픈 시니어층을 위한 찜기를 기획한다면 기능이 더욱 달라지게 됩니다.

 

일본 기프모(GIFMO)사의 찜기, 씹는 데 어려움이 있는 사람을 위해 음식을 부드럽게 만드는 찜기

문제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도출되는 솔루션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래서 문제를 설정하고 어떤 방향으로 솔루션을 도출할지에 대한 기획자의 인사이트가 더욱 중요합니다. 고객 인터뷰에서 인사이트를 얻어 솔루션에 대한 전략 방향을 '관계 지향형'으로 갈지 '시간 효율적'으로 갈지는 전적으로 데이터와 기획자의 인사이트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

 

막연히 '고객의 번거로운 작업을 자동화해주면 고객이 편리함을 느낄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찜기 온도를 자동으로 맞춰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기획자가 의도한 것은 고객이 찜기에 사용하는 시간을 줄이고 효율을 높여주어, 편리함을 주고자 한 것입니다. 하지만 고객이 온도를 직접 올리고 내리는 것을 좋아한다면 솔루션의 방향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가설을 세우고 솔루션을 찾아내는 과정은 아직까지 인공지능이 해결하기가 어렵습니다. 사용 맥락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방향성을 설정하는 업무에 관해서는 기획자의 역할이 커진 반면, 솔루션을 실제 구현하는 업무에서는 인공지능의 역할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솔루션 안에 들어가는 단편적인 문구, 이미지, 영상 솔루션은 지금도 인공지능이 도맡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찜기'의 사용설명서에 들어갈 문구, 찜기 안에 들어가는 효과음 등은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이 시간과 노력 면에서 효율적입니다.

 

솔루션을 도출한 뒤에는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사용성 테스트를 진행하는데, 고객의 사용성 테스트 결과나 피드백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일 역시 모두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이 제공한 수많은 피드백 중 어떤 피드백을 무시하고 적용할지에 대한 결정은 여전히 기획자가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마치며 : 인공지능은 아직 기획자를 대체할 수 없다

정리하자면 '인공지능은 기획자를 대체할 수 있을까'에 대한 대답은 '아직 아니오'입니다. 고객 행동에 대한 맥락을 이해하며 방향을 제시하기엔 아직 인공지능의 한계가 많기 때문입니다. 제도나 법적인 제약으로 고객 데이터를 파편적으로 수집할 수밖에 없어,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학습하더라도 총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가령 자동차 회사는 이동에 대한 맥락을 알 수 있지만 고객의 식음료 취향을 알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고객을 위한 기획을 하기 위해서는 총체적인 맥락을 전반적으로 이해하며 판단을 해야 합니다.

 

반면 인공지능은 맥락을 이해하여 인사이트를 도출하긴 어렵지만, 데이터를 빠르게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수 많은 데이터를 학습시키면 창조해낼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획자와 인공지능이 생존을 두고 다툰다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하기보다, 공생하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기획자는 인공지능을 잘 활용한다면 얼마든지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단순 노동을 줄이는 대신, 그 시간에 고객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데 필요한 역량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공지능 시대 기획자가 앞으로 더 개발해야 할 역량은 관계, 개성과 같은 인간만이 기를 수 있는 소프트 스킬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예를 들어 소프트 스킬이 탁월한 성인용 기저귀 기획자는 쿠폰이나 샘플을 제공하는 기획보다 고객의 감정을 헤아려 시니어 상담사를 고객 접점에 배치하는 기획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획이 차별점을 낳을 것입니다. 시니어층이 겪고 있는 당혹감, 신체 변화, 성인용 기저귀 사용을 망설이는 다양한 이유를 이해하는 것은 소프트 스킬을 갖춘 사람 기획자만이 할 수 있습니다.

 

분명 인간이 집중해서 해온 업무들 중 일부는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 역시 그동안 수많은 진화를 통해 변화해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기획자가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의 장점은 활용하고 인간의 장점은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소프트 스킬을 더욱 생각하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옛날부터 많은 직업들이 생겨나고 사라져왔습니다. 하지만 한순가에 직업이 바로 사라졌던 경우는 없습니다. 기획자의 업무 중 일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인공지능을 잘 활용해 인간을 향한 기획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개발한다면,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기보다 인공지능 시대에 꼭 필요한 기획자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생각해봅니다.

 

한줄평
소프트 스킬을 익히기 위해서 사람 심리, 관계에 대한 책, 글을 읽고 공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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